본문 바로가기

블로그(경제외)

내 집 마련 시기 미뤄라



내집 마련 시기 미뤄라


2019-02-07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5명 중 4명은 “서울 주택 구매 시기를 늦추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에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주택 매입에 섣불리 나서지 말라고 조언했다. 가격이 더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 중 82%는 올해 상반기는 서울 주택을 구매할 적기가 아니라고 답했다. 48%는 올 상반기에 집을 사는 것보다 가격 조정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같은 문항의 설문조사 결과(22.2%)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자금 여력이 있는 경우에만 구입하라는 응답은 작년 말 46.7%에서 34%로 줄었다. 대출을 끼더라도 올 상반기 집을 사는 게 유리하다는 대답은 12%에 그쳤다. 경기·인천 지역은 가격 조정을 기다리라는 응답이 50%, 소득범위 내에서만 구매하라는 답변이 38%를 차지했다.


투자 목적의 주택 매입도 관망하라는 조언이 우세했다. 84%가 가격 조정을 기다리라고 했다. 소득범위 내에서 무리한 자금 조달이 아닐 경우 상반기 집을 살 만하다는 답변은 14%에 그쳤다.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연내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답한 이는 한 명(2%)뿐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규제 강화와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며 “작년 여름까지 거침없이 오른 서울 아파트 시장도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는 4월 말 공공주택 공시가격 인상분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 아파트도 상반기엔 관망하라는 의견(66%)이 우세했다. 소득범위 내에서만 구입하라는 의견은 24%였다. 대출을 통한 매수를 추천하는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집값 하락을 우려한 까닭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경남 거제, 전북 군산 등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경기 불황이 두드러지면서 지방 주택 수요가 확 줄어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며 “‘핀셋 부양책’ 등 특별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래절벽 이어질 것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상반기에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의 50%가 상반기 서울 주택시장 거래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38%는 거래량이 올초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도재용 태원피엔에이 대표는 “대출규제, 금리인상 리스크 등에 따른 관망 심리가 강해 주택 거래 경색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마저 가격 하락 기대로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거래가 끊기다시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 발생하는 봄 이사 수요도 별 도움이 못 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설 연휴 직후 이사철이 겹쳐 거래량이 반짝 증가할 수는 있지만 급매물 소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이후엔 매물이 또 적체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입주 물량 증가까지 많아 집값이 지금보다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재개발·재건축 투자 신중해야”
투자 유망 상품으로는 전문가의 54%가 신규 분양단지를 꼽았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집값이 더 떨어져도 손해를 볼 위험이 작아서다. 다만 양극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매시장에서 집값 약세가 이어지면 낮은 분양가로 인한 이득도 그만큼 적어진다”며 “여기다 대출규제와 청약 자격요건 강화 등으로 분양시장 수요 이탈이 겹쳐 신규 분양 단지도 입지별로 경쟁률 성적이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는 3기신도시 등 개발 예정지 주변 토지나 그린벨트 토지를 추천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부동산시장에서 단기 투자로 이익을 내기 힘들게 됐다”며 “3기신도시 예정지 주변 등은 광역교통망 등 대형 개발 호재가 있고 가격 상승 여력이 큰 편이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꼽은 전문가는 각각 4%에 그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 규제가 잇달아 나오면서 사업 기간이 길어질 공산이 커졌고, 보유세 강화 조치로 장기간 보유 부담이 늘어난다”며 “지금은 재건축·재개발을 쳐다볼 때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