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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경제외)

도시의 미래가 부동산 미래


도시의 미래가 부동산 미래

2018-10-31


아파트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GDP 대비 주택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부동산 가격 대비 소득 비율’(HPIR, House Price to Income Ratio)이란 것이 있다. 주택의 상대적 가격을 비교적 잘 표시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이를 보면 서울의 HPIR은 2017년 19.7에 이르렀다. 이는 서울의 중위 소득자가 24평형 중위가격 아파트를 사는 데 그의 수입을 전부 쏟아부을 경우 19.7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일만 하고,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숨만 쉰다면 24평형 아파트를 사는 데 19.7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HPIR을 기준으로 할 때, 서울이 글로벌 도시 중 상위 23위를 차지했다. 세계에 100만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는 2015년 기준 약 500곳이므로, 상위 5%에 해당한다. 그런데 50만이 약간 안 되는 텔아비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비교 도시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 15만 이상의 도시가 전 세계적으로 4400곳이 넘으므로 서울의 집값은 상위 0.5%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런데 23개 도시 중 선진국에 속한 나라의 도시는 런던, 싱가포르, 로마, 텔아비브와 서울 5개 도시에 불과하다. 홍콩은 소득수준 등을 고려할 때, 그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한다면 서울 이외의 5개 도시만이 비교의 가치가 있다.

전 세계적인 도시화 가속화…한국은 10명 중 9명이 도시인
홍콩은 지리적, 정치적 상황 및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 런던은 외국의 주택 투기 등이 가격 상승의 주원인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부동산 공개념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의 높은 부동산 가격은 표준 주택보다는 좋은 주택에 대한 것으로, 예외적인 상황으로 봐도 좋을 법하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의 인구수는 50만이 채 되지 않는다. 서울과 비교하기가 마땅치 않다. 로마는 세계 최고 관광도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서울과 다른 도시를 수평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이 매우 비정상적일 수 있다는 함의는 있다. 비정상이란 부동산의 미래가치 측면에서의 평가다.

지금 수준의 집값에서 볼 때, 현재 집이 없다면 사실상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금융공학을 사용해 부동산 가격에 아직도 상승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돈이란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그리고 ‘숫자로 중요한 가치를 대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할 수는 있으나, 탐욕은 생산성과 혁신을 망치고, 사회의 불안정성을 높이며, 미래세대를 절망에 빠뜨린다.
그런데 요즘 접하는 부동산 예측과 전망에서는 장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발견하기 어렵다. 자연과 토지는 현재 세대가 미래세대한테 빌려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진부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30층 이상의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30년 후의 가치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HPIR이 20에 가까우면서 30년 후의 부동산 가치에 대한 진지하고 차분한 고민과 논의가 없다는 것은 일종의 역설이다. 더구나 미래세대에게 빌려온 가치라면 더욱 그렇다.
부동산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의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경우 도시화는 90%를 이미 넘어섰다. 인구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산다. 미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도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아프리카도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 도시와 에너지 제로 도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도시의 변화에 대한 미래예측이 필요한 이유다.

미래의 도시에선 원격근무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미래 도시의 모습을 결정할 10가지 요인
도시가 갖는 장점은 뚜렷하다. 직업, 교육, 여가 및 의료 서비스 등은 도시에 집중돼 있다. 비용 효율성이라는 측면과 규모의 경제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도시에는 다양한 문화가 응집됨에 따라, 문화간 융합의 장소가 된다. 이는 창의성과 혁신의 인프라가 된다. 즉 도시는 생산, 소비, 직업, 교육, 여가, 거주 및 의료 서비스에 집중 되어 있으며 동시에 지식의 클러스터이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 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이런 모든 편의성과 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 서비스나 고등교육 혹은 양질의 직업을 도시 밖에서 찾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논의를 보다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미래 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동인에 대한 원려(遠慮)가 필요하다.


  1. 첫째는 지식사회로의 전환이다.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사회에서 서비스 사회로, 서비스 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지식사회란 그 사회가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주로 지식산업에서 나온다는 걸 말한다. 많은 일자리가 지식산업에서 나오는 사회다. 지식산업은 4차산업(quaternary activities)이라고도 한다. 연구·개발, IT, 컨설팅, 콘텐츠 산업이 지식산업에 해당한다. 지식사회로의 전환은 이제 더는 사람과 근무 장소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글 뜻한다. 농업사회에서 농노는 토지에 종속되어 있었다. 산업사회에서 공장과 근로자는 느슨한 관계이기는 했으나, 공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교통시스템은 도시의 구조를 결정하게 되었다.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인이 장소에 구속되지 않음에 따라, 지식인은 노마드가 되고, 도시는 그 지식인을 유인할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되어야 한다.

  2. 둘째는 원격근무, 원격의료, 원격교육이다. 도시의 핵심 기능은 직업 제공, 의료 서비스 및 교육 체계의 제공이다. 만약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며, 상시 의료 진단 서비스가 정착하고, 무크(MOOC) 등 광범위한 온라인 교육으로 학위를 딸 수 있게 된다면, 도시의 기능과 역할에는 상당한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3. 셋째는 가상실재(Virtual-presence), 즉 아바타 기술이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브라질의 상파울루의 사물통신기기 전문가와 가상현실의 공간에서 회의하는 것은 공상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20년 안에 충분히 실현될 기술이다. 실시간 통역기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게 됨에 따라, 사람들은 글로벌 일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4. 넷째는 3D 프린팅 건축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3D 프린팅 건축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 비용 효율성 및 건축물의 미려함 등이 3D 프린팅 건축의 핵심 장점이다. 현재 기술이 성숙하지 않아 한계가 있으나, 생각보다 멀지 않은 시기에 3D 프린팅 로봇이 높은 빌딩을 건축하는 것으로 보게 될 것이다. 저비용의 3D 프린팅 건축은 건물의 외형뿐만 아니라, 도시의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드론은 주거지역의 고도를 높여갈 것이다.

  5. 다섯째는 무인자동차와 드론 택시다. 무인자동차는 도시를 수평적으로 확대하고, 드론 택시는 주거지역의 고도에 제약을 없게 할 것이다. 관련법 제약이 없다면, 부유층을 중심으로 산마루나 산 정상에서 거주하는 유행이 일어날 것이다. 공기에서 물을 얻고, 태양광 발전 등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산 정상에서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될 것이다. 특히 무인자동차의 일반화는 도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한 시간 이내 교통시간 거리를 확대함에 따라, 도시와 농촌은 하나의 도시 클러스터로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6. 여섯째는 인구 감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8년에 인구절벽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증감은 전체 사회 문화, 세대 문화, 여성의 교육수준, 여성의 경제참여, 경제 시스템, 정치 제도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그 추세가 쉽게 변화하지 않는 특색이 있다. 로마 클럽의 <성장의 한계> 보고서는 2030년경 전 세계 인구가 정점을 찍은 다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출산율은 21세기 후반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견된다.

  7. 일곱째는 1인 가구의 증가다. 개인주의의 증가와 여권신장, 그리고 가상현실 기술 발달에 따라 1인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사회의 결혼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거주 공간도 1인가구에 적합하게 작아질 것이다. 기존 4인가족 위주의 공간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8. 여덟째는 고령화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 세계 최고의 장수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화억제를 위한 의약품이 임상에 들어갔다. 역노화기술, 즉 다시 젊어지는 기술도 인간을 대상으로 빠르면 2020년대 말에는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대여명의 증가는 일자리, 주택소유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령인구는 대부분 편의성 및 의료 서비스로 인해 도시에 거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마트 시티가 노령 친화적 도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노인이 모여서 살 수 있는 건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9. 아홉째는 기후변화다. 인간이 거주하기 적합한 공간이 변화될 것이다. 수면 상승뿐 아니라, 기온상승으로 인해 거주하기 좋은 장소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북쪽에, 그리고 지금보다 고도가 높은 곳이 도시 후보지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경쟁적으로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고층 아파트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도시는 에너지 사용 집약적이며, 과도한 쓰레기를 생산하다. 도시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동시에 기후변화로 도시의 노인 사망률이 늘어나는 경우, 고령자 친화적 스마트 시티의 입지는 보다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10. 열번째는 자급자족 도시의 출현, 도시 국가의 출현 등도 미래 도시의 변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배양육, 수직농장 및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멀티모달공장(multi modal factory)의 등장은 부분적이나마 자급자족 도시의 출현을 앞당길 것이다.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순환경제를 체계화한 재생 도시의 출현도 기대할 수 있다. 어떻든 이 글에서 도시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도출한 것은 아니다.